
제빵사라면 글루텐을 컨트롤할 줄 알아야 합니다. 단단하면서도 쫄깃해야 하는 프렌치 브레드의 경우 글루텐이 많아야 하지만, 부드러운 질감의 케익이라면 글루텐이 거의 없는 것이 바람직하기 때문입니다.
밀가루에는 글루테닌(glutenin)과 글리아딘(gliadin)이라고 하는 두 가지의 단백질이 있습니다(호밀 등에는 훨씬 적은 양이 들어 있고요). 앞서 설명한 수화(hydration) 과정을 거치면서 그 두 단백질은 서로 결합해 늘어나는(stretchable) 성격을 가진 글루텐이 되고, 이것은 지속적인 믹싱을 통해 글루텐 구조(gluten stucture)라고 부르는 탄력적인 망(elastic network)을 형성합니다.
글루텐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
1. 밀가루 종류(Selection of flours)

밀가루는 단백질 함량에 따라 강력분, 박력분 등으로 구분됩니다. 강력분은 단백질 함량이 높은 경질 밀(hard wheat)로, 박력분은 단백질 함량이 낮은 연질 밀(soft wheat)로 만들어집니다. 따라서 빵을 만들 때는 강력분, 케익을 만들 때는 박력분을 사용하는 것입니다.
호밀가루에 포함된 단백질은 글루텐의 질과 함량이 모두 낮아서 일반적인 빵용으로는 적합하지 않으나, 호밀 100%를 사용해서 무거운 질감의 특제 빵(specialty bread)을 만들 때 사용하기도 합니다. 옥수수가루, 메밀가루, 콩가루 등에는 글루텐 단백질이 전혀 함유되어 있지 않은데, 이렇게 글루텐이 적거나 없는 곡류를 이용해서 빵을 만들 경우에는 글루텐 고함량 밀가루(high-gluten flour)를 첨가해 밸런스를 맞춰주는 것이 좋고 그러지 않으면 빵의 질감이 아주 무거워집니다.
2. 지방류 및 기타 연화제(Fat and other tenderizers)

지방류는 글루텐이 서로 달라붙는 것을 방지하여 글루텐 가닥(gluten strands)이 짧아지게 하고, 따라서 조직이 부드러워지게 하는 역할을 합니다. 설탕 역시 연화제의 하나인데, 물과 결합하는 성질이 있어 글루텐이 수화되는 것을 방해합니다. 이러한 이유로 일부 스위트 도우(sweet dough)의 경우에 글루텐을 먼저 형성시킨 후 설탕을 첨가하는 특수한 반죽법을 적용하기도 합니다.
3. 물
글루텐이 형성되려면 반드시 물을 흡수해야 합니다. 즉, 반죽의 부드러운 정도는 물의 양에 의해 영향을 받습니다.
일반적으로 글루텐은 자기 무게의 두 배 양의 물을 흡수하는데, 대부분의 물은 전분에 의해 먼저 흡수되므로 모든 물이 글루텐 형성에 쓰이는 것은 아닙니다. 글루텐 형성을 위한 물이 부족하면 제품이 부드러워지는데, 파이크러스트(piecrust)와 바삭한 종류의 쿠키(crisp cookies)가 대표적인 예입니다. 글루텐이 필요한 만큼의 물을 흡수하고 나면 더 이상의 물은 불필요하며 물을 첨가할 경우 오히려 글루텐을 약화시키게 됩니다.
물의 경도(hardness)와 산성도(pH) 역시 글루텐에 영향을 미칩니다. 물의 경도는 물에 포함된 미네랄 성분, 특히 칼슘의 양을 일컫는 것인데 미네랄 성분이 많은 물을 경수(hard water, 센물)이라고 합니다. 미네랄 성분은 글루텐을 강화시켜 반죽에 탄력을 주는 역할을 하는데 종종 그것이 지나쳐서 작업하기 어려워지는 경우가 있습니다. 반대로 연수(soft water)를 사용하면 반죽이 늘어지고 끈적해집니다.
물의 산성도(pH)는 산성(acidity), 혹은 염기성(alkalinity)의 정도를 0부터 14까지의 척도로 나타낸 것으로 산성도가 0이면 강한 산, 14면 강한 염기입니다. 중성의 정수물은 pH 7의 수치를 가지며 미네랄 성분이 많을 수록 수치가 높아집니다(염기성이 됩니다). 글루텐은 약간 산성인 pH 5~6 수준에서 잘 형성되기 때문에, 부드러운(tender) 결과물을 얻기 위해서는 과일즙 등 산을 추가하거나 베이킹 소다 등 알칼리를 추가하여 해당 범위(pH 5~6)를 벗어나도록 합니다. 같은 원리로, 산성의 성격을 가진 사워도우(sourdough)가 반죽에 들어가면 일반적인 이스트 도우에 비해 더 부드럽고(softer) 끈적이게(stickier) 되는 것입니다.
글루텐 형성에 영향을 미치는 여러 가지 요소 중 일부에 대해서 먼저 살펴봤는데요. 이것만 봐도 우리가 원하는 글루텐을 정확히 만들어 내는 것이 얼마나 복잡하고 어려운지 알 수 있습니다. 이토록 다양한 변수의 영향을 받기에 빵을 만드는 환경, 재료, 장비 어느 한 가지만 바뀌어도 안정된 결과물을 얻기가 어렵고, 아마도 그래서 Jeffrey Hamelman도 자신의 책 Bread에서 제빵사(baker)는 아티스트(artist)가 아니라 장인(artisan)라고 말한 것 같습니다.
다음 포스트에서는 글루텐에 영향을 주는 또 다른 요소인 반죽법(mixing method), 팽창(leavening), 온도(temperature) 등에 대해서 공부해 보겠습니다.
## 본 포스트는 해외 원서 Professional Baking(sixth edition) 의 Chapter 5: Basic baking principles 를 요약, 번역한 내용을 기본으로 하되 주관적인 의견을 덧붙여 작성하였습니다. 저는 전문 번역가도 아니고 베이킹을 공부하는 학생의 입장입니다. 따라서 어색한 번역체가 있다면 양해 부탁드리고, 내용상 오류가 있다면 댓글로 알려주시면 확인 후 정정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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