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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빵한 베이킹 이론

아티산 베이커(Artisan baker)와 오토리즈(Autolyse)

by 브레드썬 2023. 5.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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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스틱 브레드 실습 내용을 정리하다가 문득 아티산 베이커는 어떤 사람이라고 정의하면 좋을까, 이들은 왜 제빵 공정에 오토리즈라는 단계를 추가했을까 하는 의문이 생겼습니다. 그래서 해당 키워드로 몇 권의 책을 뒤적거리다가 제가 알게 된 내용들을 정리해 보기로 했습니다.

먼저 각 단어의 정의를 내려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아티산 베이커(Artisan baker)

자연 재료를 가지고 전통적인 방식으로 빵을 만드는, 숙련된 손 기술을 가진 제빵사
A skilled manual worker that makes bread using traditional methods and with natural ingredients only.

 

오토리즈(Autolyse)

이스트 반죽 내 밀가루가 수분을 충분히 흡수하도록 믹싱 초기 단계에 진행하는 휴지 기간.
A resting period early in the mixing procedure of yeast doughs during which the flour fully absorbs the water.

 

자연스러운 영한 번역에 자신이 없어 영문도 추가했습니다.

아티산 베이커는 대충 저런 느낌인 거 말은 안 해도 다 알고 계셨을 겁니다. 그런데 아티산 베이커들이 빵을 만들 때 오토리즈 라는 기법을 사용하는 것일까요? 도대체 둘은 어떤 관계인 걸까요.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오토리즈 기법을 사용하면 빵의 풍미가 좋아지기 때문에 아티산 베이커들이 애용하는 것입니다.

밀가루와 물을 먼저 저속에서 섞어 반죽을 만든 뒤, 믹서를 끄고 20-30분 정도 그대로 놔둡니다. 이때 밀가루 중 단백질과 전분이 충분한 수분을 흡수하고, 반죽 내 효소(enzyme)는 단백질에 반응합니다. 결과적으로 글루텐 구조가 개선되어 다루기 쉬운 반죽이 되고 오븐에 구웠을 때 결과물의 질감에도 영향을 미칩니다.

위와 같이 오토리즈 자체만으로 글루텐 구조가 어느 정도 형성이 되기 때문에 전체 믹싱 시간을 단축할 수 있게 되는데요. 믹싱 시간의 감소는 믹싱 중 산소 유입 가능성의 감소를 뜻하고, 산소 유입이 적으면 반죽의 산화과정(oxidation)이 줄어들기 때문에 빵의 풍미는 향상되는 것입니다.

일반적으로 오토리즈에서는 밀가루와 물만 반죽에 먼저 사용됩니다. 이스트나 발효종(starter)은 반죽의 산성을 높여서 반죽이 덜 늘어나도록(less extensible) 할 우려가 있고, 소금은 글루텐의 수화과정(hydration)과 효소의 작용을 방해합니다. 따라서 밀가루, 물을 제외한 나머지 재료들은 오토리즈 후에 첨가하도록 합니다.

예외적으로 몇몇 베이커들(제 스승님이 그 예입니다)은 오토리즈 전에 이스트나 프리퍼멘츠(preferments)를 첨가하기도 합니다. 인스턴트 이스트의 경우 물에 완전히 녹아서 반죽에 어떤 영향을 주기까지 약간의 시간이 소요되는데 그 시간 동안 오토리즈도 거의 끝난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비슷한 논리로 적은 양의 이스트가 들어간 풀리쉬(poolish)는 글루텐에 미미한 영향을 미친다고 보고 미리 첨가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자연 재료 그 자체에서 나오는 풍미를 극대화하기 위해 믹서기 사용도 최소화하는 아티산 베이커들. 이쯤되면 그들이 오토리즈 기법을 이용해서 빵을 만드는 것이 당연해 보입니다. 이스트가 들어가는 반죽이라면 어디라도 적용이 가능하다고 하니 저도 아티산 베이커로 빙의해서 오토리즈 기법을 다양하게 활용해 보아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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